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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재도전반

[2019] 돌아보니 공부는 기초와 개념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김지명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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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9학년도 수능을 치르고 삼수 끝에 원광대 의예과, 동아대 의예과에 정시 합격을 했다. 기대한 만큼의 성적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나라 고교과정이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노력 끝에 모두 얻었다고 생각하여 충분히 만족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머리가 좋지는 않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쉽게 하여 하나를 배워도 그와 연관된 여러 가지를 스스로 터득하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는 그렇지 않아서, 다른 친구들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응용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평범한 내가 비범한 사람들보다 성적을 더 빠르게 올리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수능과 평가원 시험은 머리가 좋아야만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기출문제들이 존재하고, 그 문제들을 보다보면 평가원만의 일관된 출제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 같이 평범한 사람도 수십번 반복하여 기출문제들을 풀어보고 더 나아가 지문과 문항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다보면 분명히 고득점을 할 수 있다.

내가 재수, 삼수 2년간 했던 공부의 핵심은 분석과 체계이다. 나는 기출문제를 수차례 분석하여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체계를 세워 전부 공책에 정리했다. 예를 들어, 국어영역의 비문학은 사실 지문만 봐도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나올지 예상하며 읽을 수 있다. 대립하는 두 개 이상의 개념이 등장하면 그들의 차이점(간혹 공통점 또한)이 반드시 문항으로 출제된다. 또한 부정어(~하지 않는, ~가 아닌, ~가 없는 등)가 들어간 부분은 문항으로 출제될 확률이 높다. 이런 것들은 쌓여있는 기출 속에서 발견되는 일관된 출제 방식이며 국어 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국어의 경우엔 10가지가 넘게 존재하며 모두 내 공책에 나만의 언어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나는 2년간 국어공부시간의 90% 이상을 기출분석에 투자했다. 이와 같은 규칙들을 발견해내고 나만의 언어로 정리한 다음, 시험을 볼 때 기계적으로 튀어나오도록 훈련하는 것만 했다. 다른 모든 과목도 기출분석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똑같은 작업을 했다. 성적이 많이 올랐을 즈음부턴 실수 잡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 예전엔 공감하지 못했지만, 몸소 느낀 지금은 확언할 수 있다. 실수는 실력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수를 하게 되는 경로는 무한히 창의적이며, 사람마다 자주 실수하는 부분은 정해져있다. 나 또한 정말 어이없는 실수를 자주 했고, 특정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저지르는 실수가 정해져 있었다. 성적이 오를수록 고득점의 방법은 다른 무엇이 아닌,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되어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저지르는 모든(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실수를 발견될 때마다 공책에 적고 밥 먹고 남는 시간에 반복해서 쳐다봤다. 그러다보면 실수를 자주하는 유형이 등장하면 의식적으로 주의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될 때 마다 하나하나 제외하며 추리고 추려서 2차, 3차, 4차 실수노트를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완전히 제거할 순 없었지만, 90%이상은 줄였다. 실수만 줄여도 고득점이 안정적으로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실수하는 것 또한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니 제발 실수를 줄이는 것이 능력 밖의 일이라 생각하고 방치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도시 과천은 최근 여기저기서 아파트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도 몇 년째 공사를 하고 있다. 나는 호기심에 오며가며 공사현장을 구경하곤 하는데, 전체 공사기간의 약 70% 정도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머지 짧은 시간동안 건물이 빠르게 올라간다. 건물이 올라가기 전에는 땅 밑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공사 관계자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다. 그러나 기반이 충분히 다져진 뒤, 크고 화려한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제야 그 건물의 진가가 드러난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보통은 8월, 심하면 9평 이후까지도 성적의 드라마틱한 상승은 경험하기 힘들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자기 자신을 ‘해봤자 안 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의욕을 상실한다. 그러나 삼수까지 하며 알게 된 게 있다. 그 때까진 기초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초가 탄탄한 사람만이 눈덩이를 굴리며 엄청난 속도로 성적을 올려 그의 진가를 드러낸다. 나의 경우엔 재수 시절 9평을 본 직후, 9평 시험을 분석하면서 그 간 만들어왔던 ‘기본기’와 평가원 출제 방식에 대한 깨달음이 시너지를 일으켜 수능 때 9평 점수보다 20점 더 받았던 것 같다.(중위권 이상에서 20점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아시길 바란다.) 기본이 되어 있으면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달라지며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해 단순히 외웠던 지식들의 원리를 깨달음으로써 완벽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단시간에 엄청난 성적의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강대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했는데 나의 이런 공부 방식 때문에 남들이 주입해주는 지식은 기본개념 외에는 큰 쓸모가 없었다. 아마 나처럼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종반, 단과반 등에 대해 회의적일 것이다. 자기공부를 매우 중시하는 나는 독재를 택했고 그 중 시설, 학생관리, 실적이 가장 뛰어난 학원이 SN독학기숙학원이었다. 특히 학습담임 선생님은 시험을 잘 봤을 땐 자만하지 않도록, 못 봤을 땐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나를 잘 이끌어 주셨으며 스트레스 받을 때 투정해도 다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또한 질의응답 선생님은 나의 시야를 넓혀 주셨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잘 안 풀리는 문제들에 대해 질문하려고 갔었는데 그 동안 봐왔던 강사들보다 그 학문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깊으셔서 나중엔 선생님의 공부법과 문제 유형별 접근법을 배우러 매일같이 들렸다. 재원생 여러분도 단순히 모르는 문제만을 질문하지 말고 선생님의 사고방식과 접근법, 공부법 등을 배우러 다닌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